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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공유할 수 있을까?…‘사랑의 시대’
    영화/네오의 시선 2017. 2. 24. 11:30

    가당하기나 한 걸까. 마음이 떠난 남편과, 그것도 모자라 그의 여인까지 함께 산다는 것이 말이다.

    지금 우리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랑의 시대(2016)’ 원제가 ‘공동체(코뮌, The Commune)’인걸 생각하면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의도가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시공간적 배경은 1970년대 덴마크. 대학교수 에릭(울리히 톰센)은 대저택을 상속 받았다. 집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상의하던 중 아내 안나(트린 디어홈)는 공동체 생활을 제안한다. 에릭은 반대하지만 결국 남녀 각각 5명을 모아 대안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12세기 프랑스에서 태동한 개념인 ‘코뮌’은 서로 얼굴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인 조직 혹은 사회를 말한다. 코뮌에선 모든 일이 협업과 자치로 이루어진다. 반권력, 자치, 우애, 평등에 의거한 조직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른바 ‘68혁명의 세례자’. 칼 마르크스가 세계를 변혁시키자고 했다면 모든 종류의 권위주의와 싸웠던 68세대는 삶을 바꾸자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이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확대가족이라는 일상 혁명을 실현하고자 나섰다. 공동체 구성원이 다 같이 벌거벗고 수영하는 모습은 단적인 사례다. 


    토론하고 합의해 자율적인 생활 규칙을 만들어나가는 코뮌은 얼핏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인다. 

    어느 날 에릭이 매력적인 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드 뉴먼)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영화 속에서 코뮌을 흔드는 존재는 권위도 권력도 아닌, 아이러니 하게도 ‘사랑’이다. 감독의 진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코뮌 구성원들은 사랑 같은 내밀한 감정까지 공유할 수 있는가. 안나가 떠나려는 남편을 곁에 두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결국 코뮌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더불어 안나의 내면도 무너진다. 

    ‘더 헌트(2012)’에서 더불어 살아간다고 믿었던 한적한 마을의 민낯을 신랄하게 묘사했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코뮌 생활과 폴리아모리(다자간의 사랑)에 대해서 지독하게 회의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68혁명의 주역이 정치적 부르주아가 되고 신보수주의자가 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생활 혁명을 실현하고자 했던 68세대의 꿈과 좌절이 우리에게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엘튼 존이 부른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Goodbye Yellow Brick Road)’ 등 70년대를 관통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피폐해지는 안나를 연기한 디어홈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월 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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