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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영화로 푸는 테크수다(5) 무인기의 공습, 드론전쟁
    영화/e영화로 푸는 테크수다 2017. 5. 19. 16:12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In war, truth is the first casualty.)

    -아이스퀼로스(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역사는 온전히 승리자의 기록이다. 승리자에 반하는 진실의 실체가 살아남을 여지는 별로 없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2015)’가 새롭게 읽히는 것은 곧 사라져버릴 진실의 실체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드론을 통해 전쟁 속에서 묻히고 왜곡되는 참혹한 진실을 치밀하게 그려 낸다.


    전쟁 속에서 묻히고 왜곡되는 참혹한 진실을 치밀하게 그려 낸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포스터.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전쟁 속에서 묻히고 왜곡되는 참혹한 진실을 치밀하게 그려 낸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포스터.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야 하는가?

    아이 인 더 스카이는 피가 튀고 몸이 뭉개지는 살육전보다도 드론전쟁이 비정하고 냉정하다고 말한다.

    케냐에 은신중인 테러 조직 알샤바브의 수장을 생포하기 위해 영국-미국-케냐는 합동작전을 펼친다. 영국 합동사령부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이 과정에서 자살폭탄 계획을 알게 되고 생포작전을 사살작전으로 변경한다. 미국 공군기지에서 드론 조종사 와츠 중위(아론 폴)가 은신처에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순간, 한 소녀가 빵을 팔기 위해 폭발 반경 안으로 들어온다. 소녀를 희생시키면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지를 놓고 작전지휘관과 드론 조종사, 정치인들은 고민한다.



    영화는 드론이 만든 새로운 전쟁 풍경을 바탕으로 인간과 전쟁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 영화는 한마디로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에 나오는 열차 실험의 전쟁 버전이다.(열차 제어시스템이 고장나 철로 위에서 일하는 여러 명의 인부를 죽일 수밖에 없을 때 그대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틀어 한 명의 인부만 죽일지 선택하는 상황에 관한 질문이다.)


    미국이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공격용 드론 ‘MQ-9 리퍼’. (사진 출처 : 위키 미디어 커먼즈)미국이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공격용 드론 ‘MQ-9 리퍼’. (사진 출처 : 위키 미디어 커먼즈)



    묵직한 주제를 현실감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드론이다. 영화 속에서 와츠 중위가 조종하는 공격형 드론 ‘MQ-9’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실제 모델이다. MQ-9는 레이저 유도 폭탄이나 스팅거 공대공 미사일까지 갖춰 공중 감시뿐만 아니라 공격이 가능한 중무장 무인항공기로 킬러 드론으로도 불린다.

    영화에서처럼 집 한 채 정도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다. 길이 11m, 높이 3.6m, 최대이륙 중량 1톤으로 최대고도 15km에 최고속도 482km/h28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4,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가격은 약 360억 원에 달한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 등장하는 조류형 드론(왼쪽 사진)과 곤충형 드론(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 등장하는 조류형 드론(왼쪽 사진)과 곤충형 드론(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



    감시용 드론은 사람에게 접근할 때 위장하기 위해 동물이나 곤충을 모방해서 만들었다. 영화처럼 모니터링을 위한 조류형 위장용 드론은 현재 미 육군 특수작전 사령부에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영화 속에서 풍뎅이 모양의 초소형 감시용 드론이 등장해 건물 내부에서 테러리스트를 확인하는데, 이처럼 작고 이동성이 뛰어난 형태로 호버링(공중정지)이 가능한 곤충형 드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새나 곤충도 유심히 보기 바란다. 혹시 스파이 드론일지도 모른다. 다만 영화 속 조류형 드론과 풍뎅이 모양 드론은 기존에 출시됐거나 개발 중인 MAV(Micro Aerial Vehicle·초소형 무인 항공기) 모델의 디자인을 수정해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초소형 드론의 최대 과제는 배터리다. 오랫동안 공중에 떠서 영상을 촬영·전송하는 데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드론전쟁, 또 다른 피해자는?

    드론을 활용한 전쟁에서 다른 포인트는 마치 게임처럼, 원거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드론 전투를 치르는 군인들의 심리 상태다.


    영화 <드론전쟁: 굿킬> 포스터. 베테랑 조종사 토머스 이건은 사막 한복판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전투기 대신 드론을 조종하게 된다. (사진 출처 : Voltage Pictures)영화 <드론전쟁: 굿킬> 포스터. 베테랑 조종사 토머스 이건은 사막 한복판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전투기 대신 드론을 조종하게 된다. (사진 출처 : Voltage Pictures)



    드론이 인간을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영화가 드론전쟁:굿킬(2014)’이다. F-16 전투기 3,000시간 비행 전투 경력에 빛나는 미국 공군 조종사 토머스 이건(이단 호크)은 사막 한복판에 있는 공군기지에 배치된다. 드론으로 지구 반대편 테러 집단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전투를 수행하는 게 그의 임무다. 다시 창공을 가르길 원하지만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인병기를 조작하는 그에게 더 이상 창공은 없다.



    법 집행기관이 무차별적으로 드론을 이용할 때 나타날 인권 침해의 극단적 사례다. 드론 조종사가 모니터만 바라보며 지구 반대편 테러범을 폭격하는 과정에서 그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 이건이 바라보는 모니터 속 목표물은 정말 확실한 범죄자인지, 어떤 사연을 지닌 사람인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외과 수술처럼 정밀 타격을 하는 현대 전쟁의 단면이다.

     

    드론 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젠 장난감으로 친근하진 드론은 산업용으로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드론의 공식 명칭은 원격조정 무인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UAV). 군사 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미국은 1960년대 베트남전에 파이어비(Firebee)’를 실전 배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파이어비는 걸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쳐 실제 무기체계로 자리를 잡았다.


    영화 <오블리비언> 포스터. 영화 속 드론은 엄청난 파괴력과 무시무시한 속도를 갖추고 적을 타격한다.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  영화 <오블리비언> 포스터. 영화 속 드론은 엄청난 파괴력과 무시무시한 속도를 갖추고 적을 타격한다. (사진 출처 : 유니버설픽쳐스 인터내셜코리아)



    영화 속에서 나오는 드론은 대부분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미래 군사용 드론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오블리비언(2013)’에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오블리비언(Oblivion)’은 영어로 망각·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의 바닷물만 챙겨서 먼 우주로 떠나려는 인류의 정찰병 노릇을 한다. 그는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오로지 명령에만 복종한다



    영화 제목은 이러한 주인공 상황과 맞닿아 있다. 여기서 전투를 담당하는 게 바로 드론이다. 동그란 구 모양 드론은 엄청난 파괴력과 무시무시한 속도를 갖췄다. 바로 AI(인공지능) 드론이기 때문이다. 드론은 스스로 적의 위치를 탐색하고 적으로 판별될 경우 무참히 타격한다. 두려움이나 타인에 대한 동정도 느끼지 않아 공포의 대상이다.

     

    아이인더스카이에서 군 수뇌부가 주고받는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안전하게 의자에서 다 해냈네요.”

    오늘 커피에 비스킷을 드시면서 보던 장면은 끔찍했습니까?”


    김인기 IT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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